세 줄 요약
1. 술은 1.6~2.4 정도? 밥/안주는 1.0~1.5 사이.
2. 특유의 파랑새스러운 분위기가 맴도는 곳.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3. 일반 칵테일 뿐만 아니라 특유의 전통주 칵테일도 괜찮고, 하이엔드 위스키도 꽤나 있는 편
내가 처음 바를 입문하게 된 곳이지만 어쩌다보니 발길이 뜸해져 찾지 않게된 바 틸트. SNS로 건너건너 듣기로는 코로나 이후로 마라, 카레 등 여러 음식도 겸하다보니 바 틸트가 아니라 밥 틸트라고 농담조로 불리길래 궁금해져서 가보게 되었다. 사실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은지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들리게 됐다,,
예전에는 좀 더 어둡고 애매한 너비의 바테이블, 구석진 곳에서 음모를 꾸미기 좋은 분위기의 바였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가보니 분위기가 꽤나 바뀌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건 웅장한 바테이블. 사실 다른 바에 비해 크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바/백바와 반겨주는 바텐더가 보이다보니 그렇게 느끼게 된 것 같다.
오후 2시라는 이른 시간에 방문하다보니 손님도 별로 없고 분위기도 한산해서 바텐더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칵테일 기주로써의 전통주, 셰이킹을 하는 목적과 방법 따위의 좀처럼 듣기 힘든 팁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른쪽 창가에는 선반을 가득 채운 아드벡을 볼 수 있는데 틸트 특유의 괴짜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여타 바, 음식점과는 사뭇 다른 감성이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또 그 특유의 분위기를 엄청 좋아해서 단골이 많은 가게인 편. 공식 인스타 말고 사장님 sns랑 맞팔이 돼있어서 탐라에 뜨는걸 보다보면 기념일 같을 때 별의별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암튼 틸트는 틸트만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술, 음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없는 퀄리티.
이번 방문의 주 목적이었던 카레. 진하고 매콤했다. 고로케는 게딱지장(카니미소)이 들어가 게껍질 맛, 향이 났다.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 밥 먹으면서 어깨건너 듣기로는 셰프님이 일본에서 일하다 오셨다고 한다.
첫 잔은 바텐더한테 카레랑 페어링하기 좋은 위스키로 글렌드로낙12를 추천받았다. 첫 입은 부드럽게 들어오고 입 안에 굴리면서 코로 숨을 내뱉으니 셰리향이 느껴졌다. 베이스에서 피트스러운 느낌이 깔려있었던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피트보다는 스모키에 가까웠던것 같다. 딱히 바디가 가볍거나 무겁진 않고 좀 풀리니까 과일향이 조금씩 느껴졌다. 캐릭터도 엄청 특별한 점은 없고 바디가 강하진 않아서 적당히 마시다보면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식사랑 페어링하기엔 나쁘지 않은것 같다는 느낌.
두번째로 시킨건 리젠트. 걍 백바에 있던 바틀이 이뻐보여서 바텐더 설명을 듣고 끌려서 시켰다. 산토리 블렌더+짐빔 디스틸러 합작이라 버번인데 재패니즈 위스키 맛이 난다고 해서 끌려서 시켰음. 바디는 엄청 옅고 47%인데 도수에 비해 무척 부드러웠다. 재패니즈 특유의 절제되고 부드러운 맛이 끝까지 이어짐(== 풀려도 비슷하다는 얘기). 그래도 풀리면 좀 어떨까 해서 뒤에 2잔 더 시키고 나중에 마셔보니까 넛멕?같은 견과류 맛이 났다.
처음으로 시킨 전통주 칵테일은 밝은달. 달걀1개, 담술, 압생트, 페이셔드 비터가 들어갔다. 압생트의 허브향이 잔잔하게 깔리고, 초콜렛? 카카오?맛이 약간 났다. 홈텐딩을 하다가 계란이 들어가는 칵테일을 도전해봤다가 비린맛을 못 잡는 실패를 한 적이 있어서 겸사겸사 물어볼 겸 시켰었는데 계란이 들어가는 칵테일(플립 칵테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바텐더와 거의 1:1로 얘기하면서 바텐딩에 대해 여러가지로 배울 수 있었던 시간.
행키팽키를 보리소주로 어레인지한 조선팽키. 하지만 행키팽키, 보리소주 둘 다 안 마셔봐서 기존의 칵테일과 다른점은 잘 모르겠다. 레시피는 보리소주, 페넷브랑카, 마티니, 버무스? 페넷브랑카 맛이 지배적이고 한약맛 비슷한 느낌인데 부드러웠다.
집에 들어가려다가 아직 5시가 되지 않아 바코드에 들려서 2차로 술을 마시기로 했다. 마셔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코드는 파코드데이라 가게 안에는 음식향이 풍겨왔다. 그래서 출출해져서 돼지목살스테이크. 화이트 레드와인 소스랑 머시머시기 들어갔는데 잘 기억은 안남,, 참치 타다끼? 정도의 굽기라 익혔다기보단 구운 향이 났다. 그래도 덜 익어서 질기다거나 하는 부분 없이 씹는대로 잘 넘어갔다. 식감도 사각사각한게 묘하게 참치 느낌이 나기도 하고. 적당히 신 홀그레인 머스타드랑도 잘 어울리고 맛이 너무 강하거나 입에 남는 것도 없어서 위스키를 마시는 데에도 부담이 없었다.
바코드에 온 목적이었던 에피큐리안 리브잘트 피니시. 전에 와인 시음회에서 리브잘트를 너무 맛있게 마셨던 기억이 있어서 인스타에서 보자마자 먹어야하지 하고 담아두고 있었다. 리브잘트답게 진한 건포도향이 먼저 올라오고 좀 놔두니까 꿀향도 같이 올라왔다. 맛도 완전 진하고 달달하게 모카빵 안에 있는 건포도 맛이 지배적이었다.
그 다음은 사장님한테 그냥 무턱대고 맛있는 버번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받은 올드페퍼 싱글배럴 라이. 이쯤부터 혀가 맛이 가서 자세한 노트는 안 남아있지만 누가 먹어도 맛있을만한 맛이라는 기억은 남아있다. 55%인데 코에 찌르는게 하나도 없고 향부터 그냥 달달하게 맛있는 향이 났다. 전반적으로는 꿀향에 팔레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하게 맛있고 피니시까지 (바디가 아니라)맛이 풍부하게 유지됐다. 쓰고나니까 진짜 근거없이 맛있다는 말 밖에 안 써있긴 한데 진짜 그냥 맛있으니까 기회가 되면 한번 꼭 마셔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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