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일기/Bar

[신촌] 바코드 - 2

Hㅏㄴ량 2021. 1. 4. 02:56

원래 새해는 바코드에서 술을 마시며 맞는게 일과였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술집이 9시에 닫아서 바코드에서 일찍 마시고 집에 들어갔다. 한두 잔만 마시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좋은 술과 좋은 분위기가 함께하다보니 어느새 6잔이나 마시게 됐다. 그래도 이번 리뷰는 다녀오고 3일만에 쓰기 때문에 좀 더 생생하게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이트 버번인데도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이번에 바코드에 온 목적이었던 바머거스(Bomberger's)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한국에는 30병만 수입됐고 그 중 3 병은 바코드에 있다고 한다. Mitcher's 증류소는 1753년 John Shenk가 설립한 Shenk's 증류소로 시작해서, 1800년대에 Bomberger's 증류소로, 1900년대 중반에 Mitcher's 증류소로 이름을 바꿔왔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Bomberger's(와 Shenk's)는 Mitcher's 증류소에서 해당 증류소의 역사적인 터닝포인트마다 나왔던 과거의 위스키에 대한 오마쥬라고 볼 수 있다(from 바코드 인스타그램). Mitcher's도 아직 마셔본 적은 없지만 역사가 담긴 스트레이트 버번이라길래 버번 경험치도 쌓을 겸 마셔보고 싶었다. 첫 맛은 버번답게 달고 cs인데도 도수에 비해 혀에 spicy한게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매니저님이 에어링 잘 하면 과일향이 느껴진다길래 2시간 정도 두고 마셨는데 과연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향이 뿜뿜하게 풍기면서 허니향이 약간 느껴졌다. 나중에 끝에 약간 요오드맛이 느껴졌는데 이건 부나하벤 마시던게 섞여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블랙라벨에 더해 셰리의 특징이 잘 느껴진다

 

 

두번째는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블랙라벨 셰리에디션이 눈에 보여 시키게 됐다. 블랙라벨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스모키함이 잘 느껴지면서 약간의 피트도 느껴져서 좋아하던 위스키였는데 셰리 에디션은 어떨까 궁금해서 시켰다. 매니저님이 바디감이 꽤 될거라고 했는데 먼저 마신게 cs다보니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당황했다. 그래도 셰리답게 향은 되게 진한 각설탕 향에 에어링 된 후에는 약간 기름향이 느껴졌다. 다 마시고 난 잔에서는 진한 우디와 약간의 피트가 느껴지는게 역시 블랙라벨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

 

 

요즘 마시는 사람마다 호평일색이다

 

 

세번째는 부나하벤12. 백바에 있는걸 보고 평이 어떨까 찾아봤더니 요즘 인기가 급부상중이기도 하고 논피트 아일라라길래 내 기억 속에 아일라는 라프로익이나 아드벡 같이 피트가 강한 느낌 뿐이었기에 궁금해서 마시게 됐다. 첫 노트는 플로럴하고 바닐라 향이 약가 느껴지다가 나중에 에어링이 된 후엔 프루티, 플로럴한 향이 코를 꽉 채웠다. 3잔째기도 하고 앞에 마신 것들이 도수가 좀 있어서 이미 혀가 피곤해서 맛이 잘 안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스모키함과 바닐라 향이 느껴지다가 피니시로는 요오드의 짭짤함이 짙게 남았다. 천천히 마시다 보니까 에어링이 되면서 플로럴한 느낌이 팡팡 터지고 첫 맛으로 사과의 단 맛이 느껴졌다. 가격도 1.2만원이라 위스키 입문용으로 좋은 것 같다.

 

 

뱅쇼

 

 

네번째는 쉬어갈 겸 마신 뱅쇼. 사실 정통 뱅쇼는 아니고 레몬, 팔각, 시나몬스틱을 넣고 포트와인, 버무스(스파이스 럼 베이스), 코앵트로를 넣고 B&B 스타일로 어레인지 한 칵테일. 도수도 높지 않고 양이 꽤 되다 보니 토치로 온도를 높이는데 시간이 꽤 걸려 옆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나몬 향이 약간 나면서 레몬 베이스에 달달, 상큼하고 따뜻해서 몸을 녹여주는게 첫 잔으로 마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 

 

 

기생충에서 박소담이 마신 그 술이다

 

 

다섯번째로는 전에 로빈스스퀘어에서 마시려고 했다가 못 마신 술 패트론 실버. 혹시 있으면 한잔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더니 매니저님이 귀찮지만 원한다면 마가리타 스타일로 만들어준다고 하시길래 좋구나하고 부탁드렸다. 데킬라답게 향은 딱히 없고 맛은 깔끔하고 상큼한 시트러스와 아가베 맛이 났다. 그냥 먹었으면 심심했을듯.

 

 

미니바틀이라고 귀엽게 보면 큰코 다친다

 

 

마지막으로 마신 킹스카운티 배럴스트렝스. 버번답게 노트는 바닐라에 59% ABV에 걸맞게 6번째 마시는 잔임에도 불구하고 spicy하고 바닐라맛이 잘 느껴졌다. 아마 이쯤부터 맛이 가기 시작해서 기억나는건 고도수에 바닐라라는 점 밖에 없어 이후는 취하고 적어둔 테이스팅 노트로 대체한다. spicy, 바닐라만 한가득 적혀있는걸 보면 어지간히 인상깊었나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표현한게 아닐까..

 

 

매번 바코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위스키에 좋은 손님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부디 다음엔 이 곳에서 올해를 보내고 내년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음주일기 > Ba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촌] 바 틸트  (0) 2021.05.04
[신촌] 바코드 - 3  (0) 2021.03.15
[서울숲] 올드나이브스  (0) 2021.02.21
[홍대] 로빈스스퀘어  (0) 2021.01.04
[신촌] 바코드 - 1  (0) 2020.11.04